버스기사들의 졸음운전으로 발생한 대형 사고 소식, 반복해서 전해드리게 됩니다.
왜이리 사고가 잦은지 알아보기 위해 저희 취재기자가 버스 기사를 동행취재 해봤는데, 하루 19시간에 달하는 무리한 운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더깊은뉴스, 서상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20년차 버스기사 고홍규씨의 하루는 캄캄한 새벽에 시작됩니다.
[고홍규 / 시내버스 운전기사]
"(몇 시에 일어나셨어요?)
일찍 일어났어요. 보통 세 시 반쯤 일어나요."
40분 일찍 출근했지만 운행 준비를 마치고 나면 시간은 늘 촉박합니다.
[현장음]
"(준비 끝나신 거예요?)
네. 이제 준비 끝난 거예요."
수원을 출발해 분당을 거쳐 돌아오는 61개 정거장 코스.
한 번 운행에만 3시간 이상 걸립니다.
벌써 셔츠는 땀으로 흥건하고 휴식시간은 고작 15분.
휴게실은 그림의 떡입니다.
[현장음]
"(휴게실에) 있을 시간도 없고, 뻘쭘하게 앉아 있다가 잠잘 시간도 없는데… 그냥 나오죠. 겉돌다가 나가죠."
샤워라도 하면 좋겠지만 기사들은 샤워실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야외 평상에라도 누울 수 있으면 다행입니다.
2번째 운행을 마치고 10분 만에 후딱 해치운 점심식사,
항상 급하게 밥을 먹다보니 위장약은 필수품이 됐습니다.
[현장음]
"설사 멎으라고 먹는 약이에요. 속 부글부글할 때 이거 먹으면 많이 가라앉거든요."
운전대에 몸을 기대보고, 안약을 넣고 눈도 비벼보지만, 밤이 깊어갈수록 늘어나는 건 하품 뿐입니다.
[현장음]
"눈에 돌 들어간 거 같아요. 자갈이 눈에서 굴러다니는 거 같아요"
자정이 넘어서야 끝난 마지막 운행, 19시간이 넘는 졸음과의 사투였습니다.
[현장음]
"오늘도 무사히 끝났구나, 사고 안 나고…"
항상 시간에 쫒기는 고씨의 건강 상태는 어떤지 알아봤습니다.
수면 검사에서 무호흡증에, 수면 질환의 일종인 '낮 졸림' 증상이 발견됐습니다.
[현장음]
"(낮에 많이 졸리세요)? 졸리죠. 억지로 참고…"
[홍승철 /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잠이 많이 부족하면 잠을 낮에 보충하려고 굉장히 졸린 상태가 되는 거죠. 근무여건 자체가 수면 각성 리듬을 계속 일정하지 않게 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같은 위험한 운행.
취재진이 입수한 버스 배차표에 그 이유가 있었습니다.
버스회사가 허가를 받을 당시엔 버스 22대로 145회 운행하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20대가 155회를 운행했습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버스를 줄이고 횟수는 늘린 것.
밤 10시에 차고지로 들어온 버스가 1분 12초 만에 다시 운행하기도 했습니다.
[조남원 / ○○여객 전직 버스 기사]
"이 사람은 화장실도 안 가고 그냥 차 돌려서 다시 나간 거예요." 이 시간을 내가 안 지켜주면 뒤차들이 또 계속 밀리니까
버스 회사 측은 인력 탓을 합니다.
[버스 회사 관계자]
"취재해보시니까 알 거예요. 기사들이 부족하니까 이게 불규칙하게 왔다 갔다 한 적이 있어요. 저희가 뭐 방법이 없죠."
버스 운전기사가 4시간 운전하면 최소 30분은 쉬어야 한다는 규정은 있습니다.
하지만 적발 건수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최근 3년 간 버스기사의 졸음 운전 탓에 다치거나 숨진 사람은 6백 90명.
[조남원 / ○○여객 전직 버스 기사]
"시내버스는 가다가 내가 졸린다고 차 세워놓고 잘 수 없잖아요. 그냥 멍한 상태로 계속 가는 거지."
승객들의 목숨이 걸린 아찔한 운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서상희입니다.
서상희 기자 with@donga.com
연출 이민경
글·구성 남윤지 이소연
그래픽 김민수 양다은